오딘이 너는 그 바위에서 죽을 운명이었다고 말한 것이 로키에게 매우 큰 상처가 됨. 오딘이 그 말을 내뱉은 순간, 로키는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버림. 그리고 울컥해서 영화처럼 '저를 죽이려면 어서 죽이세요.' 였나, 무튼 그런 말을 함. 오딘이 로키에게 벌을 내리려 할 때, 로키는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다며 말함.
"제게, 순간의 아들이었던 제게 일말의 정이라도 남아 계신다면,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올파더여."
오딘은 잠시 침묵하더니 계속 해보라고 함.
"고향에 가고 싶습니다. 그 곳에서 아스가르드와는 모든 연을 끊은 채, 모든 통로조차도 끊은 채 살고싶습니다."
오딘은 잘 모르겠지만서도, 로키에게 이건 굉장한 말이나 다름없음. 로피를 죽일 때에도, 뉴욕에서도 자신은 아스가르드에 속해있다는 그 자긍심이 있었는데,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그것을 스스로 깨트리는 것과도 같음. 진실을 알게 된 후에도 계속 부정해왔던 자신의 출생을 인정한것임. 그만큼 로키는 더이상 아스가르드에서 자신이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마음이 초연해짐. 말을 내뱉은 순간, 로키의 머릿속엔 토르가 잠시 떠오름. 태양같이 빛나는 나의 바보같은 형제.. 다시는 볼 수 없겠지. 로키는 입안이 씁쓸해짐. 다행이도 오딘에겐 그 정도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는 정은 있었나봄. 요툰하임을 거의 고립된 차원?행성?으로 만드는 조건으로 로키를 요툰에 보내기로 함. 로키는 감사하다고 말하며 경비병의 손에 이끌려 나가겠지.
요툰으로의 이동은 아무도 모르게 이루어짐. 토르는 다른 세계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느라 이 일을 모르고 있었음. 뉴욕전쟁이 끝나고 막 귀환했을 때 로키의 처분에 대해서 아버지께 물었는데, 그 때 지하감옥으로 가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전부임. 바이프로스트의 끝에서, 그니까 헤임달이 있는 그 곳에는 헤임달과 로키를 데려가던 병사 둘, 그리고 미리 기다리고있던 프리가가 전부였음. 오딘은 역시 오지 않았지.
프리가는 너무나도 슬픈 표정을 하고 있어서 로키는 가슴이 먹먹해졌음. 아스가르드에는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어머니마저는 져버리기가 힘들었음. 편애 없이 늘 따뜻하게 자신을 대해준 양 어머니. 토르의 훈련을 따라가지 못하던 자신에게 단검술과 마법을 가르쳐 준 것도 어머니였음. 프리가는 로키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음. 그리곤 다시 한 번 생각해줄 순 없겠냐고 묻겠지. 지하감옥에 있으면 적어도 얼굴은 볼 수 있고 아무래도 그 요툰보다는 훨씬 괜찮은 환경일테니까. 그 말에 로키도 가슴이 저릿했지만, 이미 자신을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렸음. 프리가가 아버지도..라고 입을 떼자 로키는 말을 끊으며 No, He's not my father. 라고 말하겠지. "그럼 나도 네 어머니가 아니니?" 프리가의 말에 로키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음. "You're not." 로키의 대답에 프리가는 쓴 웃음을 지었음. 그리고는 자신의 아들을 꼭 껴안아주었음. 로키도 잠시나마, 어머니의 품을 느꼈음. 둘이 몸을 뗀 후에, 로키는 곧 떠났음.
요툰하임에 바이프로스트가 내려오고, 통로가 모두 차단되면 풀리기로 장치되어있던 수갑 또한 힘없이 바닥에 떨어짐. 로키는 망설임없이 걸어서 서리거인의 둥지로 감. 아스가르드인의 모양새에 서리거인들은 하나 둘 나타나겠지. 죽어버린 그들의 왕 로피 대신 왕의 자리를 맡은 서리거인이 먼저 말을 건넸음.
"아스가디언, 죽으려고 이 곳에 왔는가."
"ㅡ나는 아스가디언이 아니다."
로키는 제 모습을 바꿔 서리거인으로 변신함. 푸르게 변한 자신의 손을 한번 내려다 본 로키는 다시 서리거인을 응시하며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