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끄적였던 것들

왠지 한군데 모아놓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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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

W. 모시

 

 

-쾅!

 

강하게 밀쳐저 등 뒤에 있던 서랍장에 크게 부딪쳤다. 엄청난 소리만큼이나 큰 고통이 전해졌다. 등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는 높이였기에 본의아니게 모서리에 부딪친 등이 꽤나 심하게 욱신거렸다. 그러나 그 고통을 충분히 느낄 새도 없이 빠르게 멱살이 잡혀서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몸 여기저기가 비명을 지른다. 머리부터 박을까 급하게 팔을 뻗은 탓에 서랍장에 찍힌 등허리만큼이나 왼쪽팔에 고통이 느껴졌다. 신음을 내지 않으려 입술을 꾹 깨물었다. 이제야 겨우 저번에 터졌던 흉터가 나았는데... 입술이 못생겨질까 걱정이다.

 

또 한번 쾅, 하는 소리가 났다. 아마 창민이가 방문을 닫았나보다. 옆을 보니 빠르게 다가오는 창민이의 다리가 보였고, 눈 앞에 멈춰선 것을 보는 것과 동시에 오른쪽팔이 끌려올라갔다. 그 과정에서 무의식중에 아! 하고 소리를 냈지만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창민이는 가볍게 날 일으켜 세운 뒤에 침대쪽으로 다시 한번 내던졌다. 이미 몸이 만신창이인 나는 힘없이 침대위로 엎어졌고, 창민이는 빠른 동작으로 자켓을 벗었다. 목을 죄오던 넥타이까지 벗어 던진 뒤 창민이는 침대쪽으로, 내쪽으로 다가왔다. 어정쩡하게 침대에 걸쳐있던 나를 침대위로 완전히 끌어올린 창민이는 내 위로 올라와 왼손으로 내 팔을 내리눌렀다. 멍이 들었는지 손이 닿는 부분이 아프다.

 

거칠게 옷을 벗기는 손길에 순간 울컥 하고 화가 치밀었다. 아무 감정도 담지 않은 채, 오직 분노만이 가득한 죽어버린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는게 싫었다. 그의 '폭주'는 지난 상처가 아물쯤이면 고개를 내밀곤 했다. 그는 이제 주기적으로 '폭주'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 같았다. 나는 다리를 들어 무방비한 그의 가슴을 발로 찼다. 내가 반항할 것이라고 생각 못했는지 창민이는 조취도 취하지 못한 채 맞았고 나는 힘이 빠진 틈을 타서 온 힘을 다해 그를 옆으로 밀어냈다. 내 위에서 벗어난 창민이가 배를 감싸쥐고 차갑게 노려봤다.

 

"창민아, 이제 그만하자 우리. 응?"

 

말하지 않고 있어서 몰랐는데, 어느새 목이 꽉 잠겨있었다. 이제 그만하자. 예전으로 돌아가자. 나는 너무 지쳤다. 그만큼 창민이도 지쳤을 것이다. 이번엔 창민이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혹시나 가라앉을까 나는 창민이의 눈을 계속 마주봤다. 분명 따듯한 방인데도 그의 눈을 보고 있자면 한기가 느껴졌다. 그 날 이후 창민이의 눈은 항상 한기가 서려있었다. 내가, 저렇게 만들었다.

 

눈을 잠깐 감았다 떴다. 내 위로 올라와 잔뜩 흔들리는 눈으로 날 내려다보는 창민이가 보였다. 갑갑하다 했더니 목이 졸리고 있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기위해 컥컥 하고 숨을 들이마시려는 소리가 났다. 핑핑도는 머리에 정신없는 사이, 이런 말이 들렸던 것 같다. 그래 그만하자, 이제 그만하자. 끝내 나는 미쳐버렸다. 당신 때문에. 형 때문에. 평생, 형을, 저주할거야.

 

창민이는 내 목을 더 세게 조여왔다. 나는 눈을 감았다. 정신을 잃기 전 차가운 무언가가 얼굴에 떨어져 부서지는게 느껴졌다.

 

 

 

 

꿈에 창민이가 나왔다. 쉽게 얼굴을 붉히고 쑥스러운듯 웃는 예전의 창민이였다. 내가 잠에서 깨자 옆을 지키고 있던 간호사가 의사와 경찰 한명을 불러왔다. 타박상 외에는 몸에 이상이 없다고, 그래도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을테니 어느정도 쉬다 퇴원하라고 의사가 먼저 말했고, 뒤를 이어 착잡한 표정의 경찰이 입을 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했더니 나는 침대에 정신을 잃은 채로 누워 있었고, 창민인 화장실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사인은 과다출혈이었다. 그어진 손목을 물이 가득한 욕조에 넣은 채로 죽었댄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느끼며 창민인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후 나는 병에 걸렸다. 치료도 되지않는 몹쓸 병. 한 달 전 창민이가 죽은 이후, 병원에 있으면서 내 몸에 있는 상처는 차츰 아물었다. 욱신거리던 팔의 고통도 사라졌다. 몸이 거의 호전되었을 무렵, 나는 원인모를 불안에 휩싸였다. 그 불안은 자학으로만 잠재워졌다. 아물던 곳을 다시 상처내고 여기저기 부딪치며 다친 후에야 빠르게 뛰던 심장이 잠잠해졌다. 아물면 자학하고, 또다시 아물면 자학하고. 간호사들이 몸을 붙들때면 미친듯이 입술을 깨물어서 피를 보고야 말았다.

 

정신병원에 입원한지 3주 째. 저번에 냈던 흉터가 다시 아물고 있다. 묘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게 과연 불안해서 그런 걸까. 잠시 멀뚱히 천장을 바라보던 나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꿈에 창민이가 나왔다. 내 목을 조르고 있는 창민이는 낮게 웃는듯 했다.

나는 그의 저주에 걸렸다. 나는 그의 '폭주'안에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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